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1993년 미국에서 첫 상품이 출시된 이후로 약 30년간 빠른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ETF는 처음에는 단순한 패시브 투자 상품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투자자 요구와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스마트베타, 액티브 ETF로 점점 복잡하고 전략적인 구조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ETF 구조의 변화는 단지 상품 종류의 다양화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구조 자체에 영향을 줄 만큼 큰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본문에서는 ETF 구조가 어떻게 변천해왔는지를 시간 순으로 정리하며, 패시브→스마트베타→액티브로의 진화 과정과 각각의 특징을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패시브 ETF의 탄생과 구조적 기본
ETF의 시작은 ‘패시브 투자’였습니다. 1993년 미국의 State Street Global Advisors가 출시한 ‘SPDR S&P 500 ETF(SPY)’는 대표적인 패시브 ETF입니다. 이 상품은 S&P 5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면서도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패시브 ETF는 ‘시가총액 가중 인덱스’를 기반으로 자산을 구성하며, 운용사가 종목을 선택하지 않고 지수 구성 종목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이 구조는 펀드매니저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기 때문에, ▲운용 비용이 낮고 ▲투명성이 높으며 ▲추적오차(Tracking Error)가 작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패시브 ETF는 특히 장기 분산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며, 뮤추얼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낮고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빠르게 대중화되었습니다. 현재 전 세계 ETF 중 약 70% 이상이 패시브 ETF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ETF 시장의 기반을 이루는 구조입니다.초기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대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주를 이루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소형주, 신흥국,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지수만 추종하는 방식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전략적 한계를 느끼게 했고, 더 정교한 구조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커지게 됩니다.
스마트베타 ETF의 부상 – 전략의 중간지대
패시브 ETF의 한계는 시장이 과도하게 특정 종목에 편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기준 인덱스에서는 고평가된 종목의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시장 전체를 그대로 추종하는 것만이 항상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탄생한 것이 ‘스마트베타 ETF’입니다. 스마트베타 ETF는 ‘규칙 기반(rule-based)’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인덱스를 구성하는 기준에 전략적 요소를 가미한 ETF입니다. 주요 전략 요소는 ▲밸류(저평가주 중심) ▲모멘텀(상승 추세 종목 중심) ▲퀄리티(재무 건전성 중심) ▲저변동성(리스크 회피형) ▲고배당 등 다양한 팩터(Factor)입니다.
스마트베타는 패시브 ETF와 액티브 ETF의 중간 영역으로 분류됩니다. 인덱스를 추종한다는 점에서는 패시브 구조이지만, 지수 자체가 전략적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액티브의 특성을 함께 가집니다. 이러한 구조는 투자자가 수익률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면서도 비용 효율성은 유지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마트베타 ETF는 특히 장기적인 팩터 수익률을 기반으로 전략적 자산 배분을 하려는 투자자에게 유용합니다. 예컨대 변동성이 클 때는 저변동성 전략, 경기 회복기에는 모멘텀 전략 등 시장 환경에 따라 팩터를 조합해 투자 전략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운용사들은 다양한 스마트베타 ETF 상품을 출시하며 이 시장을 급속히 확장시켰고, 현재는 ETF 시장의 약 10~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액티브 ETF의 진화 – 구조적 전환점
ETF의 구조적 진화는 결국 ‘액티브 ETF’로 이어졌습니다. 액티브 ETF는 패시브 ETF와는 달리 펀드매니저 또는 알고리즘이 능동적으로 종목을 선택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액티브 뮤추얼펀드와 유사하지만, ETF 구조의 유동성과 거래 편의성을 함께 갖춘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액티브 ETF가 본격적으로 확대된 계기는 201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ETF Rule(6c-11)을 제정한 이후입니다. 이 규제는 액티브 ETF의 등록을 간소화하고, 기존 패시브 ETF와 유사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했습니다. 이후 BlackRock, JPMorgan, Fidelity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액티브 ETF 상품을 다수 출시하며 시장은 본격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액티브 ETF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첫째, ‘투명형 액티브 ETF’로, 매일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고 기존 ETF와 유사한 방식으로 거래됩니다. 둘째, ‘비투명형 액티브 ETF’는 전략 보호를 위해 보유 종목을 일정 기간 공개하지 않으며, 전통 액티브 펀드에 가까운 성격을 가집니다.
액티브 ETF는 전통 펀드의 전략적 판단과 ETF의 구조적 효율성을 결합한 상품입니다. 주식형뿐만 아니라 채권형, 멀티자산형, 테마형 등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 전략을 적용한 고도화된 ETF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액티브 ETF가 전체 신규 상장 ETF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액티브 ETF의 구조적 특징은 ▲전략 유연성 ▲정교한 자산 배분 ▲시장 변화에 능동적 대응 ▲ETF의 세금 효율성이라는 장점을 결합해, 보다 고도화된 포트폴리오 설계가 가능한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ETF는 단순한 패시브 상품에서 전략 중심의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구조적 전환을 거듭하고 있으며, 그 진화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패시브 ETF는 시장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이라는 강점으로 투자 기반을 넓혔고, 스마트베타 ETF는 전략적 분산투자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액티브 ETF는 전통 펀드의 강점을 ETF 구조에 이식함으로써 시장 대응력을 높였습니다.
향후 ETF 구조는 기술적 혁신과 맞물려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결제 ETF, 디지털 자산 ETF, ESG 통합 액티브 ETF 등으로 더욱 다양화될 전망입니다. 투자자는 ETF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전략 실행 도구로 인식하고 각 구조의 차이를 이해하여 포트폴리오 설계에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